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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괴괴 성형수 - 적당히 좀 해!

by 희희초초 2024. 1. 25.

성형도 능력인 세상

"저 사람 성형했나 봐"라고 말했던 때가 있었다면 요즘은 "저 성형했어요."라고 말하는 시대입니다. 더 이상 성형이 숨길 일도 아니고, 성형도 능력이라는 말도 할 정도니까요. 그러나 뭐든지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성형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콤플렉스를 성형을 통해 개선해서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인다면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과하게 했다가는 후회하게 될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시대적인 배경과 잘 어울리는 영화 한 편을 보았습니다. <기기괴괴 성형수>는 성형을 소재로 한 공포, 스릴러 장르의 영화입니다.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

주인공 예지는 늘 혼자입니다. 예지는 뚱뚱합니다. 외모를 평가하자면 못생기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예지는 늘 외로웠습니다. 어딜 가나 놀림의 대상이었습니다. 학창 시절을 지나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외모 비하는 일상이었고 무시와 폭언을 견디면서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습니다. 늘 공주는 따로 있고 예지는 시녀의 인생을 살았습니다. 예지의 직장 생활을 보면서 내가 저런 모욕적인 상황을 겪는다면 어떨까 생각하니 아찔했습니다. 세상엔 참 나쁜 사람들이 많습니다.
 

차가운 세상의 시선

퇴근 후라고 달랐을까요? 회사 밖 세상 또한 예지를 무시할 뿐입니다. 힘겨운 하루를 마치고 편의점에 들른 예지는 맥주와 과자들을 고릅니다. 양손 가득 고른 주전부리를 들고 계산대로 향하는 예지를 바라보는 아르바이트 생의 눈빛은 차갑습니다. 한심하게 바라보는 거죠. 아마 그는 속으로 '저러니까 살이 찌지'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예지는 차가운 시선을 묵묵하게 견딥니다. 도망치듯이 편의점을 뛰쳐나와 집을 향해 걷습니다. 그러다 넘어지는 예지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파트 경비원은 예지를 한심하게 바라봅니다. 넘어진 예지 곁에는 과자와 맥주들이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경비원의 혀를 끌끌 차는 소리가 비수처럼 날아와 예지의 심장에 꽂힙니다. 집에 가면 편안할까요? 부모님의 눈빛은 걱정스럽습니다. 예지는 결국 자신의 방 안에 갇히게 됩니다. 그 작은 방이 예지에게는 마음 편히 쉴 공간이죠.
 

누구나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

누구나 살면서 주목받는 인생을 원합니다. 물론 예지도 어딜 가나 주목받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예지를 바라보는 시선들은 부러움이나 질투가 아닙니다. 항상 따가운 시선과 한심한 표정, 무시하는 눈빛들을 견뎌야 합니다. 주목받는 삶을 살고 있지만 언제나 세상은 차갑습니다.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과 위로, 격려, 사랑을 받아본 게 언젠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 예지에게 어느 날 기적의 성형수라는 것이 찾아옵니다. 방법은 아주 쉬웠습니다. 물이랑 성형수를 4:1 비율로 섞고 20분만 기다리면 됩니다. 기적의 성형수에 딱 20분만 얼굴을 담그면 기적 같은 일이 생깁니다. 얼굴을 감싸고 있던 근육과 지방 덩어리가 녹아 마침내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다고 했습니다. 예지는 처음엔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속는 셈 치고 해 보자는 마음으로 시도해 본 예지는 정말 달라진 자신을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실제로 효과를 본 예지는 욕조에 성형수를 가득 붓고 온몸을 담급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예지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른 사람으로 변신합니다. 
 

뭐든지 적당히 해야 한다

이제 예지는 다시 세상으로 나갑니다. 예지를 바라보던 시선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차갑고 냉담했던 예지를 향한 시선들은 온통 부러움과 질투, 경이로움으로 바뀝니다. 모두가 그녀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한심하게 쳐다봤던 편의점 아르바이트 생도, 혀를 차던 경비원도, 한숨 쉬던 부모님도, 이제 모든 사람이 예지에게 친절해졌습니다. 모두가 그녀와 한 번쯤 사귀고 싶어 합니다. 이렇게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을까요? 역시 세상은 예지를 행복하게 놔두지 않습니다. 예쁘고 날씬한 여자의 삶을 살아본 예지는 점점 더 외모에 집착합니다. 더 예뻐지고 더 많은 관심을 받기 위해 성형수에 중독됩니다. 결국 부작용에 시달려 목숨이 위태롭게 됩니다. 잔인하지만 부모님의 살을 빌려 부작용을 없애고 자신의 외모를 가꾸기 위해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하기 시작합니다. 
 

파격적인 소재와 공감 가는 이야기

충격적인 전개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에 집중했습니다. 요즘 세상에 화두가 되는 소재라서 시작부터 흥미롭더니 예지를 향한 세상의 시선을 보면서는 공감과 안타까움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스토리 전개도 자연스럽고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몰입감이 대단했습니다. 뭐든 과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신사동이나 강남역을 가면 성형외과가 정말 많습니다. 길을 걸어 다니다 보면 얼굴에 붕대를 감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기도 합니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과하게 성형을 한 사람들을 보면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생깁니다.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데...'라는 생각 때문이죠. 물론 아름다움 또한 주관적이고 자기만족이 중요한 부분이지만 아름다움을 위해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자신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

성형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성형을 권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그게 가능한 일이야?"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십 년, 이십 년 후에는 실제로 눈앞에 펼쳐지기도 합니다. 기적의 성형수도 언젠가는 가능한 일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안정성이 검증된다면 저도 한 번 사용해 보고 싶기도 하네요. 물론 적당히 사용하는 조건으로요.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예지가 부디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자신이 가진 것 안에서 행복을 찾기를 바랍니다.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으니까요.
 
 

기기괴괴 성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