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재미
오랜만에 긴장감 넘치는 영화를 본 것 같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정신을 차린 후에야 이 영화가 무려 152분짜리 영화라는 걸 알았습니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굉장히 몰입감이 훌륭한 영화입니다. 저는 집에서 영화 보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집중이 잘 안 되기 때문입니다. 자꾸 딴생각을 하게 되고 휴대폰을 보고 급기야는 잠이 들기도 합니다. 게다가 혼자 있지 않은 상태라면 더 많은 외부 자극들이 괴롭힙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정말 게 눈 감추듯이 끝난 영화처럼 좀처럼 딴생각을 못하게 했습니다. 약 두 시간 반 동안 택배 배달이 와서 흐름이 깨진 것 말고는 마치 극장을 전세 내고 있는 기분으로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영화
소재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어두운 시대적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처럼 유쾌한 재미가 있는 영화는 처음 본 것 같습니다. 집에서 본 게 이 정도이니 영화관에서 봤다면 그 재미는 몇 배가 됐겠죠. 그게 조금 아쉽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서도 1940년대, 독일군의 대학살이 진행된 땡입니다. 흐름은 크게 두 가지 큰 축으로 나뉩니다. 그 안에서 초 5개 이야기로 구분되고요. 첫 번째 이야기는 프랑스의 시골마을에서 시작됩니다. 영화 속 마을은 굉장히 고요하고 평화롭습니다. 한 남자가 평화롭게 장작을 쪼개고 있습니다. 이때 유대인을 노리는 한스 대령이 찾아옵니다. 장작을 쪼개고 있던 남자는 당황합니다. 그의 집 마룻바닥 아래 유대인 가족을 숨겨두고 있기 때문이죠. 남자는 결국 두려움에 떨다가 모든 비밀을 고백하고 그 후 들리는 건 총격소리입니다. 그 집에 숨어 있던 소녀인 쇼산나는 다행히도 무사히 탈출합니다. 시간이 흘러 소녀는 자신들이 겪은 무자비한 현실을 복수합니다. 극장 주인이 되어 마치 한 편의 통쾌한 복수극 영화를 만들어 냅니다.
유쾌 상쾌 통쾌한 복수극
두 번째 무리는 일명 '개떼들'로 불리는 사나이들입니다. 브래드 피트가 드디어 등장합니다. 그는 유대인 출신 미군입니다. 그의 이름은 알도 레인이며 당한 만큼 되돌려준다는 것을 삶의 가치관으로 여기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독일인이지만 나치 장교들을 혼내주는 휴고 스티글리츠도 중요한 역할입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멋있는 남자였습니다. 그의 이름은 틸 슈바이거입니다. 이 두 남자들 외에도 개떼들은 독일군만큼이나 잔인하고 무자비한 방법으로 그들을 사냥합니다. 잔인하지만 사냥 후 마지막 마무리는 사람의 머리 가죽 벗기기입니다. 듣기만 해도 잔인하죠? 혹여 인질을 살려 보낼 때에는 그들만의 표식을 반드시 남깁니다. 이마에 낙인 된 나치라는 표식을 평생 가지고 살면서 고통을 맛보라는 것이죠.
적을 물리쳐라
이런 내용들이 굉장히 통쾌합니다. 개떼들이 나치 군인을 찾아 응징하다가 악의 축인 히틀러와 괴벨스를 처단할 계획을 세웁니다. 이 복수극의 장소가 바로 위에서 말한 쇼산나의 극장인 겁니다. 쇼산나와 개떼들은 자신이 같은 목표를 가진 걸 알고 손을 맞잡습니다. 합심해서 적을 물리치기로 한 거죠. 결국 이들의 복수극은 유쾌하게 대성공으로 끝이 납니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악인을 물리치는 내용은 짜릿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박수를 치고 싶었습니다.
보석 같은 배우를 발견하는 재미
과거에 영화 <검은 사제들>을 봤던 때가 기억납니다. 그때는 강동원이라는 배우 때문에 영화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정작 영화가 끝났을 때에는 박소담이라는 귀한 배우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검은 사제들>과 마찬가지로 브래드 피트를 기대했다가 한스 대령을 연기한 크리스토프 왈츠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남자를 악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는 그저 성실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유대인 처단 업무를 수행하는 인물입니다. 그에게서 도덕심이나 인간미라는 건 찾아볼 수 없죠. 그러한 직업의식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꽤 긴 영화입니다. 하지만 탄탄한 스토리와 흥미로운 소재, 배우들의 연기력은 물론이고 중간중간 양념처럼 뿌려진 유머코드들 덕분에 너무 무겁지 않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지루할 틈이 없는 영화였습니다.
전쟁은 이제 그만
그렇다고 아픈 역사를 가볍게만 다루지는 않습니다. 악행을 자행하는 독일군과 그런 악인을 처단하는 개떼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과연 이들 중 칭송받고 추대받아야 할 사람이 있는지 고민이 되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유쾌한 복수극으로 끝나지만 현실은 그저 잔인한 역사로 기록될 뿐입니다. 첫 장면에서 마룻바닥 아래 숨어 있던 쇼산나 가족은 얼마나 두려웠을까요?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 공포입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그 두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