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믿고 보는 배우, 덴젤 워싱턴
오래간만에 집중해서 본 액션 영화 한 편을 소개합니다. <더 이퀄라이저 1>입니다. 덴젤 워싱턴이 주인공 로버트 맥콜 역을 맡았습니다. 주인공 이름에서 일단 믿음이 가죠? 맥콜은 과거의 상처 때문에 깊은 잠을 잘 수 없습니다. 아마도 아내가 떠난 이후일 겁니다. 잠들 수 없는 그는 매일 새벽 두 시가 되면 책 한 권을 들고 집을 나섭니다. 자신만의 강박이 많은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항상 가는 동네 작은 식당으로 가 늘 같은 자리에 앉습니다. 그리고 포크와 나이프, 책 위치까지 늘 놓는 그 자리에 놓아야 마음이 놓입니다.
외로운 두 사람의 만남
식당에는 맥콜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성매매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라는 테리(클로이 모레츠) 역시 그 시간 늦은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매일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외로움을 채워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테리는 맥콜의 자리로 향합니다. 앞자리에 앉은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맥콜을 궁금해합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친구가 된 것 같았습니다. 테리는 가수를 꿈꾸는 10대 소녀였습니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맥콜은 그런 테리가 안쓰러웠습니다. 맥콜은 테리에게 원하는 모습으로 삶을 바꿔보라고 말합니다. 오랜만에 두 사람은 대화가 통하는 상대를 만났습니다.
처절한 복수의 시작
대화가 길어진 두 사람은 식당을 나서 맥콜의 집 근처까지 걸어갔고 그때 문제가 생깁니다. 웬 차가 나타나더니 두 남자가 내려 테리를 데려갑니다. 전날 손님과 다툼이 있었던 테리를 혼내주기 위함이었죠. 그 후 매일 새벽 두 시가 되어도 식당에 테리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맥콜은 테리가 그 남자들에게 맞아 병원에 입원한 것을 알게 되고 그녀를 지키기 위한 응징을 시작합니다.
스스로 응징자가 된 남자
<더 이퀄라이저 1>은 액션과 스토리,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모두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덴젤 워싱턴의 영리하면서도 화려한 액션은 보는 내내 시원한 쾌감을 선사했습니다. 게다가 성매매, 마약 등 도시의 어둠 속에서 검은 돈을 버는 러시아 마피아 조직을 소탕한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뛰어난 전직 요원 한 명이 대규모 검은 조직을 응징한다는 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보는 내내 맥콜을 응원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아무래도 폭력적인 내용이 빠질 수 없기 때문에 다소 잔인한 장면들도 있었지만 저는 전혀 불편함 없이 즐겼습니다. 물론 천하무적인 맥콜을 보면서 ‘아무리 그래도 저게 가능한 일인가?’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영화적인 설정이라도 정의가 승리하는 세상을 보고 싶었습니다.
정의로운 폭력
모두가 떠나간 한 남자가 우연히 길에서 만난 한 소녀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는다는 설정이 웬만한 영웅적인 영화 못지않은 감동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는 과거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숨기고 마트에서 일하며 살아갑니다. 그가 돕는 건 테리만이 아닙니다. 자신의 곁을 지키는 착하고 순박한 사람들의 평온한 일상을 깨부수는 악당들은 모두 맥콜의 응징 대상입니다. 저의 주변에도 맥콜 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살만한 세상을 꿈꾸며
맥콜의 응징으로 테리는 자유의 몸이 됩니다. 이제 꿈을 실현할 일만 남은 겁니다. 사적 제재를 다룬 작품들이 요즘 많이 보입니다. 그게 옳은 일인지, 아닌지는 쉽게 무 자르듯이 말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조금은 맥콜에게 마음이 기울어지는 걸 보면 테리가 당한 일이 남일이라고만 여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내가 그 피해를 받는 당사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건 결국 사람의 온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세상 어딘가 살아가고 있을 이 시대의 맥콜들을 모두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