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현과 임시완의 조합
넷플릭스에서 뭘 볼까 고민하다가 제목에 이끌려서 보게 된 작품입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라는 드라마는 웹툰이 원작입니다. 다만 저는 웹툰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 드라마가 웹툰보다 나은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건 제 취향에는 맞지 않는 드라마였습니다. 일단 시작은 했으니 어디 한 번 끝까지 가보자는 마음으로 도전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힘들 것 같습니다. 2회까지는 몇 번의 고비를 넘겨 끝을 봤지만 그 이상은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은 설현(여름)이고 남주인공은 임시완(대범)입니다. 저는 설현의 팬도 아니고 싫어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녀가 연기를 하는 건 처음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첫인상이 저에게는 많이 부족하다 생각됐습니다. 반면 임시완은 <미생>에서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았죠. 사실 이 드라마를 2회까지 본 이유도 임시완 때문입니다. 그가 등장하는 부분까지만 보자고 한 게 2회까지 간 거고 이왕 등장했으니 조금만 더 보자고 했지만 결국 모든 면에서 부족함을 느끼고 3회는 보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두 청춘의 쉼표 찾기 프로젝트
여름은 회사원입니다. 어딘가 부족하고 멍해 보이는 여름은 회사에서 늘 2% 부족한 모습을 보입니다. 열심히 해도 뒤통수를 맞고 늘 양보하거나 포기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답답합니다. 남자는 야근을 핑계로 여름을 만나지 않으려는데 굳이 여름은 저녁식사까지 포장해서 그를 찾아갑니다. 미안한 마음이 든 남자친구는 여름을 데리고 근처 호프집으로 가고 여름은 회사에서 있었던 속상한 일을 털어놓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핀잔뿐입니다. 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답답해합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왔을 때 생각할 시간을 갖자는 메시지가 옵니다. 여름은 남자친구를 붙잡습니다. 자신이 잘못했다고 말합니다. 뭘 잘못했죠? 참으로 답답한 캐릭터 설정입니다. 여기서부터 저는 이 드라마를 계속 봐야 할지 고민이 됐습니다. 아무래도 여기저기서 답답한 스토리가 이어질 것 같아서입니다.
갑자기 여름의 어머니가 사망합니다. 잔잔한 드라마에 돌연 태풍이 몰아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러한 스토리 흐름도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마 주인공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기 위함이었겠죠. 하지만 저는 좀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은 꿋꿋하게 회사생활을 이어갑니다. 하지만 고난은 끝나지 않습니다. 여름은 회사에서도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부당한 대우를 받고 회사를 나가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팀장은 여름에게 욕을 퍼붓고 막말을 합니다. 요즘 세상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합니다. 거래처에서 뒷돈을 받고 여직원을 숙박업소로 부르거나 성희롱을 하기도 합니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업무상 괴롭힘이 시작됩니다. 여름은 끝내 폭발하고 무단결근을 합니다. 그리고 짐을 싸서 회사를 나오고 자신에게 부당한 행동을 한 팀장에게 복수합니다. 사적인 대화를 회사 전체 채팅방에 공유합니다. 그리고 무작정 어느 작은 바다마을로 떠납니다. 그곳에서 도서관 사서인 대범을 만나게 되는 게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흐름이자 줄거리입니다. 3회부터는 차마 보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예상되기로는 서로의 상처를 통해 성장하고 함께 웃으며 끝나는 해피엔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남에게 폐 끼치는 답답한 여주인공
이 드라마는 전체적으로 과한 느낌을 줍니다. 배경이나 영상미는 잔잔한데 스토리가 어울리지 않습니다. 과하게 비도덕적이고 충격적인 언행을 하는 팀장이 그랬고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사망도 그랬습니다. 회사를 떠나 바다마을에 장착하는 것도 너무 비현실적이었습니다. 마치 관객들에게 일탈을 보려 주려는 것처럼 현실적이지 않은 설정들이 답답하고 공감이 가지 않았습니다. 사진 한 장 보고 무턱대고 어느 마을에 정착을 하려 하고 여자 혼자서 폐건물을 계약하고 그곳에서 살려고 하는 것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넘어서서 저게 가능한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낮술을 마시면서 안주가 부족하다고 옆 테이블에서 남긴 안주와 술을 가져다 먹는 것도 정상적인 행동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위험하게 걷고 이를 보다 못한 도서관 사서 대범이 그녀를 도서관에서 재우는 것도 상식 밖의 일이었습니다. 아무리 인생 파업을 선언한 사람이라고 해도 이렇게 막살아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더 봤다가는 제정신 건강에 해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품의 입장에서도 좋아하고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봐주는 게 좋을 거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타인에게 불쾌감이나 불편함을 주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런 주인공이 나오면 보지 않게 되거나 보더라도 좋은 후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제목은 참 마음에 들었는데 과하게 일탈적인 스토리 전개나 캐릭터 설정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제 눈엔 설현의 연기도 다소 부족했고요. 괴로움을 표현할 때 미간만 찌푸린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어머니의 죽음을 겪으며 슬픔에 빠진 장면도 그렇고요. 여러 가지로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 여기까지 1,2회 감상평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