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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식당 - 후기는 별 한 개

by 희희초초 2024. 1. 30.

잘못된 선택

영화가 시작하고 채 십 분도 지나지 않아 생각했습니다. 망했다… 잘못 골랐구나. 하지만 이번에도 성격상 끄지 못했습니다. 보다 보면 괜찮겠지 생각하며 계속 시청한 결과는 후회로 남았습니다. <하나 식당>은 시나리오, 배우, 어느 하나 괜찮은 구석이 없는 영화였습니다. 근데 왜 봤느냐고요? 영화의 배경인 일본의 낡고 오래된 감성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영화였습니다. 따뜻한 위로, 맛있는 기적, 이런 문구들을 보면서 영화가 궁금해지기도 했고요. 

공감할 수 없는 전개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주인공 세희는 자살을 시도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오키나와의 어느 바닷가에서 삶을 마감하려던 그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내 죽기로 한 것을 포기하고 무작정 걸어갑니다. 걷다 지쳐갈 무렵 한 식당을 발견하고 홀리듯 식당 안으로 들어갑니다. 뭔가 여기서부터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사람 왜 이래요?

이때부터 예상 가능한 전개입니다. 식당 안에는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 이어지는 전개가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세희는 아무도 없는 식당의 부엌으로 들어갑니다. 이후 부엌에 있는 음식들을 허락 없이 꺼내 먹기 시작하고 디저트로 과일까지 야무지게 먹습니다. 이거 훔쳐 먹는 거 아닌가요?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 있으신가요? 저에게는 매우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허기진 것치고는 몰골이 너무도 멀쩡했습니다. 죽기로 작정한 사람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이 영화가 잘못된 선택임을 확신했습니다.

심하게 너그러운 사장님

더 당황스러운 장면은 그다음입니다. 어느샌가 나타난 식당 주인 하나는 세희에게 조용히 물을 건넵니다. 천천히 먹으라는 말을 건넬 뿐 이 상황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요즘 세상에도 이런 천사 같은 사장님이 있나요? 공감할 수 없는 이상한 손님과 이상한 손님을 이상하지 않게 대하는 사장님을 보면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와장창 깨졌습니다. 이제 어떻게 전개되나 보자는 마음으로 영화를 계속 봤습니다.

유일한 장점은 영상미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옛날 싸이월드 일기장에나 적었을 만한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화들이 이어졌습니다. 곧이어 서로 호구조사를 마치고 기가 센 언니는 ”내가 너보다 언니니까 말 놓을게 “라며 급전개되는 둘의 관계도 어쩐지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상미는 좋았습니다. 일본 감성이 제대로 담긴 낡고 오래된 구옥이 주는 편안함과 초록의 자연을 보는 건 반가웠습니다. 그게 다입니다. 이 영화의 장점은 말이죠. 그걸 보려고 선택한 영화이니 만족해야 할까요? 그러기에는 제 시간이 아까웠습니다. 

얕고 좁은 영화

이 영화의 배경인 하나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은 시한부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너그러울 수 있었던 걸까요? 그래도 선뜻 이해가 되진 않습니다. 이 영화는 식당 주인 하나와 오키나와에 자살하기 위해 왔다가 하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세희, 그리고 식당 손님들의 사연들을 다룬 영화입니다. <심야 식당>이라는 영화와 결이 비슷한 듯하면서도 그런 감동은 없었습니다. 물론 얕고 좁은 스타일의 영화가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배경이 한정돼 있고 등장인물 또한 그렇다면 영화는 더 깊은 무언가를 끄집어내야 합니다. 그래야 관객이 몰입도 높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

결정적으로 연기가 참 별로였습니다. 맛있게 먹지도 않는 것 같은데 손님들은 맛있다는 말을 연발합니다. 음식을 만드는 장면이 강조된다거나 정말 맛있어 보이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그들이 가진 사연에도 딱히 공감이 안 되는데 극 중 등장인물들은 서로를 보듬고 울고 위로합니다. 관객들은 전혀 공감할 수 없으니 영화에 대한 재미가 반감됩니다. 특히 하나 식당 사장 역할을 맡은 배우 최정원의 일본어는 정말 죄송하지만 최악이었습니다. 영화의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어색했습니다. 

촬영지 배경으로 승부하는 영화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자연스럽지 않은 전개, 배우의 연기력과 공감 가지 않는 이야기 등 이 영화는 단점이 많았습니다. 단지 일본 감성이나 오키나와의 멋진 배경만 봐도 괜찮으신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하나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