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연히 알게 된 영화
이런 영화가 있는 줄도 몰랐다. <좋은 날>이라는 영화를 우연히 보게 됐다. 리모컨으로 하염없이 채널을 돌리다가 배우 소지섭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보기 시작한 영화다. 영화가 제작된 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다. 여주인공은 <나의 해방일지>에서 나를 추앙하라고 했던 배우 김지원이 맡았다. 영화에 대한 사전지식은 전무했다. 배우들이 낯익은 사람들이라는 것과 제주도를 배경으로 촬영된 영화라는 것뿐이었다. 사실 제주도를 워낙 좋아해서 그 풍경에 더 이끌린 점도 있다. 알고 보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연애시대>의 권혁찬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었다. 갑자기 신뢰도가 급상승했다. 과연 후기 마지막에도 좋았다고 말할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진부한 캐릭터와 설정
<좋은 날>의 줄거리는 꽤 단순했다. 각자 일 때문에 제주도에 방문한 남자와 여자가 여러 우연을 겪으며 사랑을 느낀다는 것이다. 첫 사건은 게스트 하우스에서 시작된다. 갑자기 도둑이 들었고 여자의 휴대폰과 남자의 지갑을 훔쳐간다. ‘아 이거 설마 휴대폰 빌려 쓰고 그러면서 밥 사주고 커피 사주고 친해지는 거 아냐?’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급한 연락을 해야 했던 여자는 암자에게 휴대폰을 빌리고 지갑이 없는 남자에게 밥과 커피를 사준다. 이전 김지원의 캐릭터와는 다르게 굉장히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현한다. 현실에서 내가 좋아하는 성향의 사람은 아니다. 남자의 휴대폰을 빌려 쓰면서 배터리를 마구 닳게 하질 않나 민폐가 따로 없다. 여주인공 캐릭터가 도무지 공감도 이해도 되질 않으니 영화에 점점 흥미를 잃어갔다.
여주인공 왜 그러세요?
사과도 잘하고 고백도 잘하고 울기도 잘한다. 납득할 수 없는 여자다. 남자를 이끌어가는 건 항상 여자다. 이게 잘못된 건 아니다. 오히려 남녀의 고정관념이 무너진 요즘 시대에는 환영받을 수 있는 적극적인 여성상이다. 반면 남자는 늘 묵묵하다. 여자의 구애에 소극적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호감이 없었다면 거절했을 테니 남자도 이미 여자에게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에는 남자가 먼저 여자의 팔을 붙잡는데 이런 설정도 좀 진부하게 느껴졌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캐릭터에 대한 순수한 개인의 취향이다.
글쎄 추천하고 싶진 않네요
나는 혹평이나 악평을 즐기는 사람은 아닌데 이 영화는 내가 사랑하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촬영된 영화라는 점, 그리고 잔잔한 로맨스 장르라는 점, 그리고 <연애시대> 감독이 연출했다는 점에서 너무 기대했는지 그저 그런 영화로 남았다.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영화관에서 제 돈을 주고 봤다면 돈이 아까웠을 것 같다. 아마 그랬다면 영화평은 더욱 날 선 후기가 되었을 것이다. 러닝타임 내내 얼마나 남았는지 시계를 수도 없이 봤다. 이럴바엔 그만 볼 것을 시작한 게 아쉬워서 두 시간을 보냈다.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 이럴 때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건지 모르겠다.
설렘이 없는 로맨스 영화
보통의 로맨스 영화를 보면 설레는 장면이 한두 개는 있게 마련인데 이 영화는 두근거리는 장면이 단 한 컷도 없었다. 대사 역시 공감하기 어려웠고 남녀 캐릭터 설정 또한 몰입도가 낮았다. 오글거렸던 것도 아니고 느끼한 것도 아니고 뭔지 모를 아쉬움만 가득했다. 아주 오래 전 싸월드라는 플랫폼 다이어리에서 봤을 법한 대사들이 오가는 걸 보면서 뭐지 싶었다. 곱씹어 보고 싶은 기억에 남는 대사나 장면이 없다는 것도 아쉬움을 더한다.
제 취향은 아닙니다
위에서도 말했던 여주인공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내 주변에는 존재하지 않는 약간 밉상 캐릭터였다. 예전에 누군가 어떤 사람을 욕할 때에는 그 사람이 부럽고 질투 나서 그렇다는 말을 했었는데 전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네이버 영화를 검색해 봤다. 다른 사람들의 평점은 낮지 않은 걸 보니 역시 취향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 관람평의 칭찬들도 딱히 공감이 되지 않는다. 서로의 취향을 존중한다.
소지섭은 여전히 멋있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그려지는 영화나 드라마는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으니 그것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한다면 다시 생각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와 비슷한 취향과 성향을 가진 사림이라면 말이다. 끝으로 소지섭은 정말 멋있었다. 재킷이 어쩜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제주도의 카페들이 영화에 등장했다는 건 너무 반가웠다. 그 외에는 <좋은 날>의 좋은 점을 모르겠다. 나와 다른 시각으로 본 사람에게 묻고 싶다. 이 영화의 어떤 점이 좋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