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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브 갓 메일 - 서점 주인의 사랑 찾기

by 희희초초 2024. 1. 12.

 

"멕 라이언이 너무 사랑스러워."

언젠가 영화 <유브 갓 메일>을 보고 난 후 친구가 했던 말이다. 무려 1998년에 제작된 영화다. 25년이 넘었으니 한국 나이로 치면 대학교를 졸업했으려나. 영화가 태어난 때에 봤다면 나는 중학교 2학년이다. 아쉽게도 명작을 알아보지 못하고 다 큰 어른이 되어서야 친구의 추천으로 영화를 보게 됐다. 이 영화가 반갑고 공감이 된 이유는 서로 만나지도 않은 사람들이 고작 이메일을 몇 번 주고받으면서 사랑에 빠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아날로그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 순수한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 두 번째로 이 영화가 좋은 이유는 톰 행크스와 멕 라이언의 나보다 젊은 시절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뜻 모를 반가움과 애틋함 같은 게 느껴졌다. 
 
요즘처럼 각각 모두 다른 개성이 살아 있는 시대가 아닌 평범한 스커트에 카디건, 삐죽거리는 사랑스러운 커트머리 헤어스타일과 어쩜 저렇게 귀엽게 걸어 다닐까 싶은 팔자걸음까지 그녀는 사랑스러움 그 자체였다.  멕 라이언이 많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담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될 정도로 모든 장면 속 그녀는 사랑스러운 미소를 머금게 한다. 물론 톰 행크스라고 지지 않는다. 아무나 소화할 수 없는 자연 곱슬인지 파마인지 나보다 더 잘 말린 동글동글한 헤어스타일을 멋지게 소화한다. 멕 라이언과 마찬가지로 폴로 티셔츠에 심플한 면바지 스타일의 그를 보는 것도 참 반가웠다.
 

운명은 어디에나 있다

캐슬린과 조의 공통점은 서점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다만 차이점은 소규모 아동 전문 서점과 대형 서점이라는 것이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모두 가졌다는 것도 미묘한 끌림의 이유였을 것이다. 이 두 사람을 이어주는 건 오직 이메일뿐이다. 캐슬린은 생일을 맞이해 한 채팅방에 로그인했다가 조를 만나고 둘은 처음부터 이야기가 술술 통한다. 본인이 살아가는 뉴욕이라는 도시의 사랑스러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쉴 새 없이 이메일이 오간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내 서로 가까워지고 특별한 사람이 된다. 어느 순간 캐슬린은 ' You've Got Mail'이라는 메시지 알림을 기다리게 되고 그 알림 메시지를 받았을 때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스며들게 된 것이다.
 

늘 그 자리에 있는 것

여전히 이메일에서만 만나는 두 사람은 실제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고 뉴욕의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일상을 보낸다. 자바스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고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도 가신다. 수십 번 마주치고 스쳐 지나갔지만 어쩌면 눈이 마주치고 어깨를 부딪혔을 수도 있고 그러다가 "sorry"라며 인사를 건넸을 수도 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영화 <중경삼림>의 대사가 생각났다. 매일 어깨를 스치며 살지만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러다 언젠가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잠재적 인연이라고 해야 하나? 나에게도 그런 누군가가 않았을까라는 낭만적인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실제로 벌어질 수 있는 일이고 더 살아보니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기도 하다. 운명일까?
 

우정과 사랑은 한 끗 차이

서로의 감정이 우정일까, 사랑일까 헷갈리고 머리가 아파질 즈음 두 사람은 드디어 만나기로 한다. 용기를 내줘서 내가 다 고마웠다. 하지만 조는 달랐다. 자신이 저주하고 미워하는 서점의 주인이 캐슬린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과 메일을 주고받은 사람이 그녀임을 알게 되면서 그의 감정이 복잡해진다. 바로 앞에 캐슬린을 두고도 그녀에게 다가가기를 주저한다. 감정에 솔직한 조는 결국 먼저 그녀에게 다가가기로 마음먹고 곧 자신의 감정이 사랑임을 눈치챈다. 그녀를 사랑하게 됐다.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에서 먼저 약속 장소에서 조를 기다리는 캐슬린의 초조함을 보면서 캐슬린 또한 같은 감정이란 걸 눈치챌 수 있었다. 문이 열릴 때마다, 새로운 사람이 찾아올 때마다 조일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캐슬린의 표정이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추운 겨울을 녹여줄 따뜻한 영화

<유브 갓 메일>의 감독인 노라 에프론의 이전 작품들을 살펴봤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나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모두 비슷한 결을 가진 작품이다. 따뜻함을 머금고 있는 작품들이다. 이메일 한 통으로 시작된 우연을 가장한 운명은 마침내 서로를 알아보고 의미 있는 존재가 되었다. 사랑스러운 눈동자로 조에게 고백하는 캐슬린을 보면서 나는 언제 저런 표정을 지었을까 생각했다. 억지스러운 연기나 부자연스러운 설정은 없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스러웠다. 그저 봄날에 꽃이 피듯이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물들어 가는 순간을 그리고 있다. 물론 영화는 영화다. 이런 운명 같은 사랑은 현실에선 사기꾼일 확률이 99.999%가 아닐까?
 
 

유브 갓 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