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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 - 지독하게 그린 현실

by 희희초초 2024. 2. 4.

아픈 현실을 담은 영화

저는 글 제목에 항상 ‘추천 영화’라는 말을 씁니다. 하지만 모든 영화가 제 취향에 맞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하는 이유는 영화 후기라는 게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별로인 영화라고 해도 누군가에게는 특별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더 많은 영화를 최대한 솔직하게 추천하고자 합니다. 이 영화도 그렇습니다. <내가 사는 세상>이라는 영화는 사실 누군가에게 선뜻 좋은 마음으로 적극 추천할 것 같지는 않은 영화입니다.

내가 사는 세상의 모습

어떤 점 때문일까요? 단순히 영화가 재미없다거나 시나리오 개연성이 떨어진다거나 그런 문제는 아닙니다. 이 영화는 너무 안타까운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렇고 보고 나서도 굉장히 마음이 쓸쓸하고 공허합니다. 해피엔딩은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영화 속 주인공 민규와 시은이 저의 현실과 너무 닳아 있어서 괴로운 영화였습니다. <내가 사는 세상>은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도 나아지지 않는 지극히 현실적인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열심히 살아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

극 중 남녀 주인공 시은과 민규는 연인 사이입니다. 민규는 참 열심히 삽니다. 낮에는 퀵서비스 배달을 하고 해거 지면 DJ를 합니다. 시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는 입시미술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어느 날 민규는 자신이 일한 것보다 월급이 적게 들어온 걸 확인합니다.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 민규는 담당자에게 따졌지만 돌아오는 건 욕설이었습니다. 근로계약서 한 장 쓰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요? 민규는 정당한 대가를 요구했다가 실업자가 됩니다. 시은의 삶도 녹록지 않습니다. 실력이 아닌 자신보다 학력이 좋은 미대생 강사에게 밀려나게 됩니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현실입니다.

혼자라는 두려움

민규의 꿈은 DJ입니다. 지인 동완의 술집에서 일하면서 공연을 하는 게 그의 유일한 기쁨입니다. 그런 민규에게 시은은 이별을 고합니다. 미래가 없는 두 사람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사랑이 시어서 그런 건지 먹고살기가 막막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구질구질한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건지 정확한 이유는 나오지 않지만 아마 이 모든 게 이유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살다 보면 작고 사소한 것들이 하나둘 쌓여 너무 크고 두꺼운 장벽을 만들기도 하니까요. 시은은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을 겁니다. 자신의 현실도, 남자친구의 현실도, 희망은 온데간데없고 너무 아프기만 했을 겁니다.

부디 희망을 찾길

민규는 시은을 그대로 보낼 수 없습니다. 이제 자신의 권리를 되찾아야겠다고 생각한 민규는 이번엔 동완에게 공연 계약서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역시 이번에도 돌아오는 건 거절과 멸시였습니다. 그렇게 떠나가는 시은을 보며 울부짖는 민규를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그래도 시은이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도 해피엔딩은 없었습니다. 지극히 현실적으로 작은 캐리어와 함께 하염없이 길을 걷는 민규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이 영화에서 희망이란 발톱의 때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사랑이 이긴다

영화가 끝나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습니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국수를 먹는 장면이었습니다. 이때 시은은 고된 일상이 힘들지만 너와 마주 앉아 밥을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합니다. 결국 일상에 온기가 되어 주는 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대단한 요리가 아니더라도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먹는 평범한 밥상은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워주니까요. 열심히 일상을 살아가는 이 시대 모든 민규와 시은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싶습니다. 잿빛으로 가득한 삶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발견하기를 기도합니다.
 
 

내가 사는 세상